강릉 :: 비우기

2021. 12. 19. 17:24

2021-12-19

 

침구도 푹신푹신하니 푹 잘거라 생각한 것과 달리 새벽 내내 잠에서 깼다.

가위에 눌린 것인지 혹은 꿈인지 분간이 안 가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방 안에 낯선 누군가가 들어왔고, 옆에 누워있는 혜경이를 톡톡 건들고 있었다.

혜경이는 얼굴을 찌푸린 채 상대를 밀쳐내고 있었다.

요즘 몸도 마음도 허해졌는지 자주 가위에 눌리는 것 같다.

인간은 왜 이렇게 나약할까😭

 

오션뷰 숙소의 가장 큰 장점은 갈매기 떼의 속삭임과 싱그러운 바다 냄새를 마주하며 기상할 수 있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더기 뮤직'의 '신나고 설레는 뉴에이지 음악'과 잘 어울릴 듯한 풍경이었다-!🐳

지금도 더기 뮤직 들으면서 일기 쓰는 중인데 항상 좋은 곡 만들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우리는 열시쯤 아점을 먹기 위해 택시를 타고 '초당 소나무집'으로 달려갔다.

기사님께서 열한시만 넘어도 웨이팅이 길다며 빨리 가주신 덕에 열한 시 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가서 원조인 순찌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사실 예상한 순찌의 맛이 아니었기에 혜경이와 마주 보고 머쓱코쓱한 미소😮를 지었지만,

막상 먹다 보니 건강한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맛있게 잘 먹었다.

 

열한 시가 좀 넘어 가게에서 나왔는데 택시 기사님 말씀대로 웨이팅이 벌써 18번까지 있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바로 옆 순두부 젤라또를 주문했다.

삼년 전 비를 맞으며 젤라또를 먹었을 때는 한입 먹고 "윽!" 하고 버렸던 기억이 난다.

근데 그 사이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삼년 사이에 순두부 젤라또의 기술이 진화된 것일까.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

 

아점을 해결한 후에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강문해변 스타벅스를 향해 걸어갔다.

삼층까지 있었는데 이미 가게 안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나름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잡은 후 사이렌 오더로 음료를 시켰다.

 

사진 정리도 하고, 중간에 잠시 나와 지인들과 할머니네 보낼 간식들을 구매했다.

나는 친구와 여행 오면 각자의 휴식시간도 보장되어야 하지만, 소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여행을 하는 것보단 소통이 주로 바탕이 되는 여행은 이곳을 떠올릴 때,

'누구와 무엇을 했고 그로 인해 어떤 점이 즐거웠구나'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 친구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같이 여행 올 때마다 느끼는 건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카페에서 한 시반쯤 나와 거센 바람을 마주한 채 눈으로 바다를 가득 담았다.

사진 찍을 때만큼은 저 커플들이 나와 주셨으면 했습니다..🙃

 

올해 제주도를 날씨가 마냥 좋지만은 않을 때 가서 그런가 내 눈에는 강릉 바다가 훨씬 파랗고 아름다웠다.

사실 삼년 전에 비가 와서 아쉽기도 했으나 마냥 풋풋했던 강릉 여행이 생각나서 그럴 수도..😢

 

초점이 나갔지만 갈매기들이 우렁차게 하늘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강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갈매기들이었다.

갈매기 떼를 보니 '정처 없이 물 위를 기상하는 쟤네 또한 열심히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부터 손으로 무언갈 작성하는 걸 좋아해서 지인들한테 써줄 엽서를 사기 위해 '오리가게'라는 소품샵에 갔다.

빈티지하고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소품들이 많았지만 좁은 6평 오피스텔에 장식하기엔 투머치 했고,

애초에 나의 목적인 엽서는 디자인이 내 취향이 아니라서 빈손으로 가게를 나왔다.

 

이제 아름다웠던 강릉을 보내주고, 현생에 복귀하기 위해 씁쓸한 마음으로 강릉 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노후에는 산과 바람이 보이는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

그래서 혜경이와 터미널 근처 편의점에서 로또를 사려다 스피또를 샀다.

천원이 당첨됐다 하하.

 

서울에서도 강릉에서도 눈을 보지 못했는데 고속버스를 타고 대관령을 넘어가는 그 길에서 소복소복 쌓인 눈을 봤다.

최근 유튜브에서 빛의 속도에 관한 짧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창문 밖으로 마주한 달려가는 열차 창문에 비추어진 자동차의 빛이 마치 그대로 정지되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시각 이미지들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신비로운 지구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다.

 

창밖을 구경하다가 잠에 들었는데 어떤 청년이 "기사님!!"을 세번 정도 크게 외쳐 잠에서 깨었다.

앞자리에 앉은 나한테까지 크게 들릴 정도인데 기사님이 대답을 안 해주시고 앞만 보고 운전하셨다.

청년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자리를 이탈하고 기사님께 가서 휴게소에 들려주실 수 있겠냐고 여쭤보았다.

하지만 기사님은 짜증 섞인 말투로 왜 자리를 이탈했는지 화를 분출하셨다.

나라면 기분 상할 만도 했으나 청년은 우선 정중히 사과부터 하고 동행 중에 화장실이 급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중간에 잠시 양평휴게소에 멈춰 혜경이랑 나는 덕분에 소떡소떡 하나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꿀맛!! 🐷✨

 

눈이 와서 동서울 터미널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집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려 다음날 출근을 생각하며 쓸쓸히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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