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의 질량

 

해가 지기 시작하는 해변가
한 소녀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 바닷물의 질량을 구하시오.

 

저 바다는 대체 무엇을 담고 있을까. 저 검푸른 물결은 시공간을 얼마나 흐트러뜨리는가.

 

나에게는 오래 전부터 굉장히 큰 고민이었다. 소녀가 내뱉은 짧은 문장은, 적어도 나에게 간단히 흘려보낼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다는 항상 내 인생에 큰 파도를 불러 왔다. 육지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열두 살 때도, 다시는 바다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결심한 지금까지도.

 

오래 전, 배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바다는 무한한 것을 담고 있다고. 그 수많은 얼굴 중 어떤 것이 너를 향할지는 바다만이 안다고.

 

풋내기 선원일 시절에는 뜻을 이해하지 못해 헤메기도 했었다.

뜬구름 잡는 소리로만 들리던 이야기가 배 위를 떠나는 지금에야 어렴풋이 이해된다.

 

수많은 질문이 머리를 가득 메운다.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고작 수박 겉 핥기였던 지식들이.

 

저 바다는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여태까지 내가 보아왔던 바다의 얼굴은 무엇이었나. 바다가 나에게 앗아간 것은, 나에게 선사한 것은 무엇인가.

 

그래, '바다의 질량은 얼마인가'.

 

모든 의문을 삼키며, 쓴 미소를 짓는다. 내 앞에 선 이가 누구인지도, 전부 이해할 수 있다.

 

"직접 작별 인사를 하러 오신 겁니까?"

"물론이지, 넌 유능한 선원이었으니."

 

다행이다. 여태까지의 시간들을 인정받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행복감에 겨워 날아갈 것 같다.

 

적어도 이때까지 쏟은 시간들이 전부 무의미하지는 않았다는 의미였으니까.

 

이대로 서 있다가는 영영 작별을 하지 못할 것 같아 급히 몸을 돌린다. 지나간 암초에게 욕을 퍼붓는 것보다는 다시 키를 잡는게 바다의 방식이었다.

 

"그럼 충실했던 선원이여, 이제는 안녕."

 

아쉬운 듯 작별인사를 건네는 그녀를 뒤로 한 채,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파도 소리가 가지 말라는 듯 쓸쓸히 들린다.

 

그날, 내가 본 바다의 질량은 무한했다.

 

출처 : 유투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