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홀로크리스마스

2021. 12. 25. 18:31

 

크리스마스 이브날 조기퇴근 없는 10출 19퇴가 과연 진실일까 거짓일까.

그래도 회사에서 크리스마스 기념 기프티콘을 보내줘서 '위로+1'

생각보다 텅텅 비어있을줄 알았던 사무실이 은근 꽉 차 있어 '위로 +1'

 

2021년 처음으로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함께 하자고 영원히 약속했던 친구1과 친구2가 바람에 스치듯 사라졌다.

재작년에 그들과의 크리스마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주도 일정도 맞추었던 나였는데 씁쓸하다.

하지만 나는 무교니까 예수님의 탄생일에 의의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아름다운 사랑 응원할게. 올해로 우리의 크리스마스팟은 THE END-😑

 

연말이라 그런가 회사에서 집중을 못했는데 나 외에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런 것 같았다.

틈틈이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 크리스마스 트리 편지도 정성스레 작성해주었다.

친구들 블로그도 방문하여 댓글도 달아주고, 안부글에 발도장도 찍어주었다.

..Oooo 
                (  )  발도장을....
  ). / 
 (_/ 
..Oooo 
                  (  )  꾹꾹꾸~~욱
  ). / 
 (_/ 

 

나에게 할당된 업무는 많고 마음은 여유롭지 않았는데 나의 월급루팡의 모습은 매우 모순적이었다.

 

몸이 진저리가 날 정도로 지루하고 심심했다.

이때 문득 진성이에게 해준 레미제라블의 '빅토르 휴고'의 대사가 떠올랐다.

'지옥 같은 고통보다 약간 더 끔찍한 일이 있다. 바로 지옥 같은 지루함이다.'

 

그렇다.

말해지지 않지만 가장 말하고 싶은 그 말을 우리는 주고받았다.

너희 덕에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2학년 15반이었던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그동안 서로 감정 상하는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너희가 있어 난 참 좋아.

 

크리스마스 이브날 회사 사람들과 회식한다고 말을 했다가 격해진 혜원이의 모습이다.

부짱차짱 어르신들과의 회식으로 오해했다고 한다. 다음부턴 주어와 목적어 확실하게 할게요 - _ㅠ

혜원이는 가끔 격해질 때가 종종 있지만 든든한 나의 지원군 같다.

 

요즘 짱스파 신곡을 감상하다 원조 곡 주인인 요정 언니들의 뮤비에 마음을 빼앗겼다.

바다 언니의 청량한 목소리를 들으니 그 어느 전투적인 노래보다 전투력이 생긴 것만 같았다.

Dreams come ture
나를 지켜줄거야
아껴왔던 작은사랑도
Funny how feel for you
너의 곁에 그려질
꿈결 같은 나의 미래도

 

18시부터는 아예 집중력이 바닥나서 회의실에서 지선님과 수다를 떨었다.

얼떨결에 이 전에 필사한 '바닷물의 질량' 게시글로 내 티스토리가 털리게 되었지만, 나는 '체념'을 실천하기로 했다.

 

이 것이 '청춘'이고, 그게 바로 '낭만'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 감성적이고 시적 표현을 매우 매우 좋아하는 사람인데, 밖에서는 선뜻 말을 못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이 계셔서 매우 반가웠다.

 

19시 땡 치자마자 규영님과 지선님 그리고 서희님과 백곱식당을 향해 힘차게 걸어갔다.

택시를 타려다 타이밍을 놓쳤지만, 걸어가는 내내 너무 추워 서희씨의 명대사가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그래. 이 것 또한 바로 '청춘'이고, '낭만'이구나.'는 사실 생각도 안 나고 춥기만 했다.

 

처음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회사 사람들과 회식을 한다는 거에 살짝 마음이 쓰렸지만,

오히려 회사 사람들을 '회사 사람들'로만 단정 짓고 선을 그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맛있게 곱창과 대창을 먹으면서 회사 이야기도 하고,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었다.

우리 모두 술을 다 잘하는 것 같았다. 서희님은 금방 취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그 취한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조합이었지만 편하고 즐거웠고 그 상황이 웃겨 광대가 아플 지경이었다.

참고로 백곱식당 가게도 쾌적하고 사장님도 매우 친절하셔서 난 옆 가게보다 더 좋았다. 번창하시길🍀

 

코로나 여파로 21시까지 영업이라 아쉬운 마음에 우리 집에 가서 플스를 하기로 했다.

집 청소도 안 하고, 빨래도 널브러져 있어 손님들을 초대하기엔 민망했지만, 장을 보는 그 사이 재빠르게 청소했다.

 

친구들이 올 때마다 똑같은 게임을 해서 이제는 익숙한 이 게임.

나는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옆에서 초보자들에게 브리핑을 해주었다.

다들 처음인데도 열심히 플레이해주었는데 지선님이 예상외로 게임을 잘하셨다.

서희님은 술에 취하셔서 그런가 처음부터 끝까지 귀여운 길치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아쉽지만 규영님은 깜깜한 도시에 거주하시기도 했고, 교통편으로 인해 먼저 집으로 떠나셨다.

 

프롤로그 편을 빠르게 클리어하고, 그 다음편을 시작했다.

아저씨와 유령 소녀가 나오는 게 2탄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그동안 게임을 잘못했었던 모양이다.

거의 막바지까지 갔지만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다. 그래도 짧은 시간 내로 많은 스토리를 진행했다.

그렇게 우리는 약 새벽 한시반까지 열심히 게임을 했다.

 

평소에 회사에서 "앗.. 안녕하세요😀" 인사만 하던 어색한 사이었지만 이제는 조금 친해진 것 같다!

설마 다음 주에 회사에서 보면 또 어색하게 인사만 하는 사이가 되는 건 아니겠죠..?

중간에 서희씨가 부모님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고 한때 통금 열시였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갑자기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버린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가끔은 통금이 있던 시절도 그립다.

 

 

크리스마스는 나 홀로 집에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

아무 걱정 없는 백수처럼 집에서 행복히 보냈다.

 

이브날 딩초친구한테 연락이 왔는데 우선 내가 뉴에이지 피아노 치는 사람이 이상형이란 말을 기억해준 게 고마웠다.

뉴에이지 치는 사람이 아니기에 주변에 새로운 사랑을 찾는 친구들에게 토스해주려고 했으나,

또 생각해보니 나랑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함부로 소개시켜주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이 들었다.

연말이라 소개팅이 핫한가 보다. 선진이도 그렇고, 혜경이도 그렇고 주변에 소개팅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리고 이 전에 잠깐 연락했던 분도 크리스마스 기점으로 여자 친구가 생기신 것 같다.

행복하신 거 같아 보기 좋아요..

 

무엇보다 같이 솔로의 길을 걷고 있던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 하나둘씩 연애를 하니까 친구를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들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해주었지만 우선순위에서 그들의 그이한테 내가 밀렸다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지연아.. 너까지 그렇게 된다면 나는 눈물을 흘릴 것 같아요..

그렇게 오늘은 밀린 스터디 인강을 듣고, 일기도 좀 쓰고, 매우 백수다운 삶을 보냈다.

 

나는야 자타공인 경수부인 김닝닝👨‍🌾

친구들이 작성해준 크리스마스 트리 편지들을 읽다가 특히 민아의 편지가 정말 고마웠다.

사실 민아랑 은채와의 약속이 올해 세네번 정도 캔슬됐는데 그 이유가 내가 회사 일 때문에 취소한 거였다.

이 정도면 기분 나쁠 만도 하지만 항상 감정보다 나를 먼저 이해해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이다.

일 년에 한두 번씩 만나도 항상 한결같고 재밌는 초은고 할리우드 친구들 내년 초에 얼른 봅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감동의 쓰나미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제 맛있는 음식과 따듯한 영화를 한편 감상하고 취침해야겠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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